감사합니다.

 

 

맨 처음 소식을 듣고는 그저 장난치는 줄 알았습니다.

영정사진을 보고 나서도 도저히 믿기지 않고, 실감나지 않아서 한참을 멍하게 있었던 기억이 납니다.

 

소식을 너무 늦게 들어버렸습니다. 진작에 알았으면 가는 순간이라도 잘 배웅해줄텐데.. 연락할 수

있는 방법이 핸드폰 빼고는 거의 전무한 상황인지라 거의 이틀에 걸쳐 이곳저곳을 수소문한 끝에

장례를 진행하셨던 담당자 분과 어렵게 통화를 했습니다.

 

처음에는 민감한 반응을 보이셨지만 몇 번에 걸친 부탁 끝에 자세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다시 한번 슬펐던 것은, 이미 장례는 끝난 상황이고 3일 전에 화장까지 마쳤다는 소리를 듣고

나니 마지막 가는 길까지 함께 걷지 못했구나...

 

이후 유족분과 연결이 되고 난 뒤 세부적인 산소 위치를 전해듣고, 그로부터 이틀이 지난 토요일

고인이 있는 전남 영암으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교통편이 그다지 좋지 않아 아침 일찍 출발)

 

* 추후 가시는 분들을 위해 길을 설명하자면, 우선 목포터미널까지 이동하고 난 뒤 독천터미널행

시외버스로 갈아타고 난 뒤 택시를 타고 '신기마을'로 가자고 하면 됩니다. 참고로 기본요금(3000원)

이 나오며, 신기마을 입구를 지나치고 약간만 더 가면 조그만 고가도로(굴다리)가 나오는데 거기서

내려달라고 하면 됩니다.

 

굴다리 밖으로 나오자마자 바로 오른쪽에 산과 함께 첨탑이 서 있는데, 그쪽 논길로 걸어오다보면

멀리서 선산 및 돌계단이 보입니다. 그쪽 돌계단으로 올라오시면 됩니다. 저도 초반엔 길을 헤맨

관계로 사진을 찍어 두었으니, 혹시 가실 분들은 가시기 전에 요청하시면 개별적으로 사진을 보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아침 8시 30분에 출발했는데, 4시간 30분 걸릴거라는 버스는 5시간만에 목포에 도착했으며

다시 갈아타고 가는데 30분정도 시간이 걸렸습니다. 택시는 2-3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아 그나마

다행이었지만 이제는 핸드폰 등으로 손쉽게 연락하던 과거와는 달리 직접 보려면 거의 하루정도의

시간을 소비해서 달려가야 하니 정말 아이러니하지 아니할 수 없습니다.

 

죽기 이틀 전까지만 해도 전화하면서 낄낄대었던 기억이 선명한데, 술을 먹어도 없는 월급 털어서

항상 바보같이 사주기만 했던 사람인데, 그렇게 모든 사람 제쳐두고 홀로 외로운 길을 걸어가니

얼마나 적적할까. 묻히고 난 뒤 3일이 지나고서 찾아간 묏자리엔 춥고 황량한 기운이 감돌고

비석엔 먼지가 가라앉아 있길래 살살 쓸어주고 있자니 손에 닿는 감촉이 차가워 뜨거운 기운이

울컥합니다.




몇 달 전부터 블로그에서 황량하고 적적한 글이 하나둘씩 올라왔을때 진작에 알아 봤어야 하는건데..

전화를 걸고 받을 때 거의 매번 빠지지 않고 들었던 말 중에 하나가 '술먹는 중이야' '취한다' '졸려'

등이었는데, 그렇게 혼자 매번 술을 먹는걸 진작에 알았음에도 불구하고 '맥주 참 좋아하네'라는

생각밖에 못한 채 가만히 지나쳤으니 죄책감이 몸을 짓누르는 듯 합니다. 

 

갈 줄 알았으면, 못다한 이것저것 이야기를 물어보는건데. 묻고 싶어도, 망자는 말이 없으니 이제는

표현해도 들을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것이 얼마나 안타깝고 슬픈지...

 

조금이라도 연이 있었던 분들에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존재는 이제 서서히, 그리고 급격히

많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사라질 것입니다. 하지만 홀로 쓸쓸한 자리에 계속 있는 만큼 언제

하루정도 시간을 내어 발걸음을 하셔서 비석에 쌓인 먼지도 좀 닦아 주시고, 못다한 이야기도

나누셨으면 합니다. 물론 가는 길이 쉽지 않고 돈도 어느정도 드는 마당에 섣불리 말씀드리기

힘듭니다만.. 이제 고인을 위해 해 줄 수 있는 방법이 이정도 밖에는 없으니 모쪼록, 부탁드립니다.


날개 in;Lifelog   http://blog.naver.com/superheavy/100116012504


이 글의 출처는 날개님의 블로그 이며 부모님을 대신해서 호정 오빠의 동생인 제가 올립니다.
오빠의 마지막을 함께 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by 닭대가리 | 2010/11/08 00:03 | 트랙백 | 덧글(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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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메렘 at 2010/11/09 03:42
수고많으셨습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Commented by 잡가스 at 2010/11/10 02:43
수고 많으셨습니다.
Commented by 이클립스 at 2010/11/11 08:51
떠나는 사람의 뒷모습이 아름다운건..

그 사람을 기억해 줄 사람이 있기 때문입니다.

하아사님. 고생많으셨습니다.

하아사님은 평생 안잊을 겁니다.

그럼, 적어도 당신의 뒷모습은 아름다웠다라고 말할 수 있을테니까요.

부디 좋은곳에서 편히 쉬시길 기도합니다.
Commented by 니세 at 2010/11/13 02:16
뭐야....장난이지?
응? 아니지...
30일, 저 밑에 씌여진 글을 보고 전화 했었는데...
핸드폰을 꺼놨길래..
술마시는 중인가보다 라고만 생각 했었는데...
내가 너무 쉽게 생각했었구나.....미안하다..

호정아 부디 좋은곳으로 가서 행복하게 잘 살길...
Commented by 레이닌 at 2010/11/15 01:53
오랜만에 북마크 눌러서 들어왔는데

...

.....


아...
Commented by 소아크 at 2010/11/16 00:07
장례식장에서 돌아온 뒤에 머리가 혼란스러워 무슨말을 남겨야할지..
갑자기 네가 생각나서 오늘 이렇게 몇자 적는다...
그날 같이 놀러가는게 긴급소집때문에 무산되었다는것에 정말 안타까웠는데
그게 마지막 통화가 될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장례식장에서 네 최근얼굴을 영정사진을 통해 보게되다니..
처음 연락받았을때는 장난인줄 알았다. 넌 그럴애가 아닐거라고 생각했는데..
뭐가 그렇게 힘들었니...
그동안 연락 못해서 미안...
장례식장에서 돌아가려는데 네 얼굴이 자꾸만 눈에 밟혀 한동안 영정사진만 바라보다 돌아갔다.
부디.. 좋은곳으로 가길빌게.. 행복하게 잘있어..
그리고 나중에 다시만나자... 잘가.. 안녕..
Commented by ... at 2010/11/23 20:30
인생부질없구나...
나도 살다보니 이제야 느낀다...
왜 살았나 싶다...

나도 곧 따라갈게 기다려라...
Commented by 퇴마묵시록 at 2011/05/03 04:15
으이구. 간만에 생각나서 와봤다
학천이는 만나봤냐? 뭐 생전에 별로 친했던 녀석 아니라는것도 알고있는데
에라 그쪽에서라도 만난다면 둘이 잘 지내라는 말은 못하겠고
싸우지는 말고 지내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씨발 놈들아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사람 놔두고 먼저 가니 좋냐.
Commented by 퇴마묵시록 at 2011/10/15 01:46
벌써 1년이구나
....벌써 1년....시간 참 빠르다.....
하지만 널 잊기에는 많이 부족한 시간같구나....보고싶다 호정아
Commented by 폭주천사 at 2011/10/29 01:47
어느덧 1년이구나
작년에 뒤늦게 소식 듣고 찾아가지도 못하고...
오랜만에 생각나서 와봤다
토이마도 오랜만인데 ㅋㅋ 미달이도 잘 지내냐?
언제 함 보자규
호정이도 나중에 보자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Commented by 퇴마묵시록 at 2012/02/21 15:28
임마 형 취직했다.
이제 내가 너 데리고 술도 사주고 맜있는것도 사주고 해야 할텐데
그러고 싶은데
너는 이미 내 곁에 없구나....보고싶다 호정아
Commented by 잡가스 at 2012/07/29 15:29
성님, 나 곧 전역해요-_-)...
뭐하고있슈? 술마시고 있을라나 'ㅅ')...
조만간 함 보러 가갔슈... 버드와이저 사들고 감 ㅇㅇㅋ.
Commented by 니세 at 2012/08/28 05:22
보고싶네..
Commented by 잡가스 at 2013/03/21 00:12
잘 있남여. 편지뭉치가 한가득이더만...
Commented by 퇴마묵시록 at 2015/02/10 15:51
하....보고싶다 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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